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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Mr. Conjunction is Waiting
작품명: Mr. Conjunction is Waiting
연 도: 2023
공간명: 예술의 시간, 서울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한 전시였던 <Two Worlds, 2021>에 이어, 이번 전시 역시 내러티브 개념에서 시작한다. 과거에 이야기 속 어떤 순간적 심상을 부분적으로 표현하였지만 이번에는 특정 나레이티브에서 시작하는 방식을 역전시켜 다른 방향으로 풀어보고자 하였다.
먼저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집중하였다. 그들 중 시간을 이어주고 이야기 속 문장들을 서로 잇는 것이 접속사라고 생각했다. 접속사 없이는 서사의 흐름과 시간을 나타낼 수 없다. 난 이 접속사들을 각 작업의 제목으로 삼고 각 접속사가 주는 심상을 공간에 풀어내어 관람객들로 하여금 자신들만의 서사를 상상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고자 한다. 서사가 빠진 서사적 전시인 것이다.
이를 위해 기승전결의 순서가 있는 내러티브처럼, 접속사간의 동선과 작업의 배치 역시 고려 대상 이었다. 접속사 중, “그리고, 그러나, 그래서, 게다가, 아니면, 그러므로”를 선택하였고, 그들의 이 같은 나열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이야기처럼 보였다. 각각 작업의 제목이 된 접속사의 공간을 관람객이 동선을 따라 전시장을 돌면 각자의 추상적인 이야기를 얻을 수 있기를 고대했다. 각 접속사 마다 하나의 공간을 갖고 총 6개로 나뉘어져 시트지, 아크릴, 회화, 천, 조명, 에니메이션과 사운드등의 다양한 재료로 공간을 채우는 설치를 선보이고, 이는 관람객이 공감각을 통한 공간의 인식과 경험을 위한 장치이며, 이로 하여금 관람객 각자만의 공간에 대한 상상력도 펼칠 수 있는 전시를 준비했다.
1. 그리고 And
너, 나, 사이에 있던 ‘그리고’는 차가웠다. 그리고 그것은 꽤 어두웠다. ‘그리고’는 따뜻해지고 싶었다. 그는 빨간색, 주황색, 노랑색을 찾아다녔다. 너에게도 찾는 법을 물어봤고, 나에게도 따뜻한 색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봤다. 너와 나는 ‘그리고’에게 원하는 답을 줄 수 없었다. 한참을 헤매다 차갑고 어두웠던 ‘그리고’의 하늘과 땅이 흰색인 것을 깨달았다. 이 흰색은 따뜻한 흰색이었다. 그것은 빛 이었다. ‘그리고’가 그것을 깨닫는 순간 그의 몸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너, 나 사이에 있던 ‘그리고’는 드디어 따뜻해 진 몸으로 그 자리에 존재할 수 있었다.
너 ‘그리고’ 나.
2. 그러나 But
빛이 있었다. 다양한 컬러도 있었다. 이곳은 늘 시끄럽다. (그러나)는 이 세계의 통솔자이다. 그는 개성이 강한 색들의 대립을 중재하려고 노력하지만 늘 실패한다. (그러나)는 이 색에 가서 이 색이 가장 멋지다고 말하지만, 다시 저 색에 가서는 저 색이 더 멋지다고 말한다. (그러나)는 그들 중간에 서서 자기가 가장 힘이 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색과 저 색은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어느 날 시끄러운 이곳이 싫증이 난다며 빛이 떠났다. 세상은 온통 암흑이 되었다. 이 색도 저 색도 더이상 자신의 색이 더 멋지다고 드러낼 수 없게 되었다. 통솔자 (그러나) 역시 세상을 통솔하던 모든 힘을 잃었다. 모든 색들은 모든 게 끝이라며 좌절하였다. 그러나 늘 희망은 있는 법이다.
3. 아니면 Or
작은 몸으로 혼자 여행을 자주 하던 빛이 있었다. 이 빛은 코너에 가면 하나였던 자신이 세 개로 늘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면 그는 홀로 존재 했다. 어느 날 사각의 공간이 코너를 막고 서 있다. 빛은 사각의 공간에 다가가 정체를 물었고, 그는 자신의 사각의 공간 속에 들어오던지 아니면 코너에 가서 빛이 가지고 있던 세 개로 늘어나는 힘을 활용하여 존재 하라고 요청하였다. 자유로웠던 빛은 자신이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사각의 공간은 자신과 함께 라면 빛 혼자 보다 더 멀리 여행 할 수 있으며 이것은 세상이 더 많은 빛을 요구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힘을 써 늘 세 개로 존재 하는 것, 아니면 사각의 공간에 들어가 멀고 긴 여정을 함께 하는 것,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작은 빛은 결정 할 수가 없었다.
4. 게다가 Besides
어둑한 공간의 호텔이 있다. 이곳은 미스터 어두움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어느 날 노랑청년 손님이 찾아왔다. 그가 호텔 방에 들어가는 순간 호텔은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다음 손님이 찾아왔다. 미스 그린이었다. 미스 그린은 그 동내에서 유명한 인사였고, 또한 아름다웠다. 그녀가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호텔은 다시 그린색으로 물들었다. 이어서 미스터 레드씨가 호텔에 도착했다. 그는 미스 그린의 전 남편이며, 호텔비를 반 만 지불한 뒤에도 호텔이 너무 밝다고 불평을 하며 여러가지 요청 사항을 늘어놓았다. 게다가 그는 비싼 방을 원했다. 그가 방에 들어가자 호텔은 다시 어두워졌다. 미스 그린과 노랑청년은 누가 호텔에 들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이어서 미스터 어두움씨는 조용히 호텔 문을 닫았다.
5. 그래서 SO
그래서 그랬나 보다. 넘치는 자아와 넘치는 사랑. 그는 늘 자신을 남에게 퍼주었다. 그는 그의 사랑을 받기를 거부하는 핑크를 사랑했다. 핑크는 그를 받아들임이 자신을 오염시킨다 믿었고, 그는 핑크야 말로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줄 존재라고 생각했다. 핑크의 거부는 강력했다. 그의 사랑은 쌓여만 갔고 누구에게 대신 줄 수도 없었다. 나눌 수 없던 그는 더 이상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사랑이 넘쳐 흘렀다. 그 자신이 넘쳐 흘렀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자아 인지 자신의 눈물인지 구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가 그랬나 보다.
6. 그러므로 Therefore
이제 모든 여정이 끝이 났다고 했다. 그러므로 붉은 빛은 여정의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그의 보상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빛의 세계가 전하길, 여정의 끝에는 보상이 기다린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키가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너무 커서 보이지 않는 것인지 궁금해했다. 붉은 빛은 그의 길을 뒤돌아 보았다. 그 길은 온통 그의 빛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러므로 그것은 그의 길임을 확실히 알았다. 그 사이 어디선가 알 수 없는 빛이 그의 앞에 등장했다. 그는 붉은 빛에게 몸을 낮추어 보라고 말했다. 몸을 낮춘 그는 그렇게 함으로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