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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의 역설과 점유의 이중 순환
–애나 한의 작업에 대하여
고원석 (공간화랑 큐레이터)
애나 한은 캔버스와 같은 면(面)적 요소에 실과 같은 선(線)요소를 결합시키고 빛과 그림자, 색과 같은 요소들을 조율하여 작품을 완성한다. 그의 작품은 작은 크기로 전시장 한쪽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는 것들과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규모로 전시장의 일부분을 뒤덮은 것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공간을 점유한 형태로 존재하고 나머지 공간을 여백으로 두는 설치의 전형성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물리적인 크기와 무관하게 공간 한쪽에 그저 조용히 존재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의 작품이 공간으로부터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와 관련된 직관적 인식과 수용의 체계에 관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작품은 많은 요소를 사용하지 않고도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색면으로 채워진 캔버스 한쪽에 매달린 줄들이 옆에 있는 오브제로 연결되면서 착시나 환영의 분위기를 발산하게 되는데, 결국 그 발산의 파장이 공간 전체에 대한 선험적 느낌을 분명하게 전환시키는 방식이다. 이러한 그의 결과물로부터 우리는 애나 한이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공간을 기본적인 단서로 하여 일종의 장소 특정적 작업으로 연결시키는 창작의 방법론을 유지하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형식에서 도출되는 역설
그의 작업을 일별해 보면 흥미로운 역설이 도출된다. 우선 그의 작업을 구성하는 요소들, 즉 선과 색면, 기하학적 구성과 같은 부분들로부터 익히 알고 있는 모더니스트들의 기하학적 스타일들을 연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애나 한에게 장소와 시간을 초월하여 작품 자체의 절대성을 추구했던 모더니즘의 강령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그러한 것에 대한 역방향의 발상을 추구한다. 애나 한은 주어진 공간과 상황, 혹은 어떤 상태에서 충동적인 접근과 우연한 조우를 시도한다. 그의 접근은 직관적이고 즉물적이다. 그에게는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분명하고 견고한 이론의 프레임보다 ‘그때, 거기’에서의 호감이나 선택이 더 중요하다.
이것을 서구 미술의 공간 접근과는 역사와 층위가 다른 동양적 감수성으로 읽어낸다고 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분명한 중심을 기반으로 연역적 방법론으로 외부를 향하는 것이 전통적으로 서구의 작가들이 선호했던 방법이라면 모호한 상태와 비가시적 상황을 일정 부분 수용하며 현상을 관찰하고 그 결과를 내부로 결집시키는 식의 귀납적 방법론은 동양의 작가들이 전통적으로 활용했던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서양과 동양의 작가들로부터 흔히 목도되는, 동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현상론적 상이성(相異性)이다. 그러나 그러한 규정은 결국 이미 존재하는 현상에 대한 결과론적 분석일 것이다. 창작을 하는 작가의 입장에서, 그러한 문화적 현상론을 초월하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감각의 발원과 전개의 과정이 있을 것이다. 그 모호한 감각의 덩어리가 아직은 분명한 실체를 갖고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문자로서 표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애나 한의 작업이 갖는, 그리고 앞으로 더 강화시키게 될 추상적이고 차별적인 정체성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물질과 비물질간의 순환구조
애나 한의 작업에서는 두 가지의 차원을 넘나드는 순환의 과정이 발생한다. 우선 애나 한이 작업의 영감을 받는 주된 원천은 공간이 주는 모종의 ‘추상적 느낌’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비물질적 영역에 속한다. 이후 그가 자신의 작업을 제작하는 과정은 결국 물질적인 요소에 의해 진행된다. 그가 물질적 요소들을 선택하는 기준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간의 느낌이 주는 직관적 심상에 기초한 결정이다. 그는 색면을 칠하고 오브제를 부착하거나 공간 전체를 채우는 천막을 매달기도 한다. 오르막길과 같이 관객으로 하여금 모종의 행위를 유도하는 장치를 축조하기도 하고 조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렇게 제작된 ‘물질적’ 형태의 요소는 다시 공간을 인식하는 체계에 관계하는 방식으로 관객에게 수용됨으로써 다시 ‘비물질’적 요소로 수렴된다. 요컨대 ‘비물질’적 배경으로서의 공간은 그에게 ‘물질’의 선택을 유도하고, 그렇게 선택되고 직조된 그의 ‘물질’적 작업은 다시 ‘비물질’인 공간의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순환의 구조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순환의 구조는 공간을 인식하는 보편적이고 직관적인 사고의 과정과 유사하다. 우리가 어떤 공간에서 모종의 느낌을 받을 때, 그 대상이 되는 공간은 대부분 물질적인 것이었으며, 그 감정의 교통이 일어난 후에 달라지는 공간의 분위기는 결국 비물질에 관계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인 것이다. 물질은 객관적인 것일 수 있지만, 비물질은 주관적인 것이다. 그의 작업을 통해서 우리는 공간이라는 대상이 결국 물질과 비물질을 넘나드는 모종의 인식의 순환과정으로 존재하는 것임을 생각할 수 있다.
The Dualistic Circulation of Paradox and Occupancy
- About Anna Han's Work
Won Suk Goh / Curator, Gallery Space
Anna Han combines planes with lines and adjusts other elements, such as light, shadow, and colors, to complete her work. Her work takes various scales, from small-sized pieces that are placed at one corner of the exhibition space to large-sized pieces that cover one huge part of the space. However, her work is distant from typical installations that occupy a space, surrounded by negative space. Her work is silently placed at one corner of the space regardless of its physical size, because it does not exist independently, separated from the space, but it is related to the system of intuitive recognition and acceptance relevant to the entire space.
Her work changes the atmosphere of the entire space without using many elements. For example, the strings attached to one side of canvas filled with color planes are connected to the objects next to them to create an illusion or fantasy so that the waves of diffusion clearly change the empirical feel of the entire space. From her finished products, you can infer that Anna Han is using the methodology of creation where she connects a certain space given to her to a space-specific work.
Paradox from Style
Observing her work, you can derive an interesting paradox. The elements of her work - lines, color planes, and geometric compositions - can be associated with the geometric styles of modernists that you know. However, the rules of modernism that pursued the absolute value of artworks beyond space and time, are not very important to Anna Han. Rather, she thinks on the contrary. Anna Han attempts compulsive approaches and coincidental encounters in a given space or situation, or under certain conditions. Her approach is intuitive and instant. For her, the favor or selection "there, at that time" is more important than a clear and solid frame of theory that penetrates the entire work.
It is safe to say that it is read by oriental sensibility that comes from different history and hierarchy compared to the spatial approach of Western art. If the deductive methodology that pursues the outside from a clear center was traditionally preferred by western artists, Asian artists traditionally used the inductive methodology to accept a certain part of ambiguity and invisibility to observe the phenomena and induce the results. It is a phenomenological difference that is often found between western and eastern artists and that is still valid today. The product would be, however, the analysis of consequences. From the perspective of a creative artist, there would be a process of origination and development of extremely personal and microscopic senses that transcend such cultural phenomenology. Such ambiguous lump of senses does not exist with a clear substance and is not in a form that can be expressed by text. This is the source of the abstract and distinct identity that Anna Han has and would further develop in the future.
Circulation of Material and Non-material
Anna Han's work undergoes the process of circulation that extends through two dimensions. First, Anna Han's major source of inspiration is the 'abstract feeling' of a space, and this exists in the non-material realm. Then, the process of her creation is eventually led by material elements. She selects her material elements, as mentioned above, based on the intuitive images associated with each space. She colors a plane to attach objects or hangs an awning that fills the entire space. She would build an uphill or other instruments that induce the audiences to take certain actions, or use lighting. The 'material' elements are accepted by the audiences in a way that relates to the system of perception to be converted into ‘non-material’ elements. In other words, the space as a ‘non-material’ background induces the selection of ‘materials’ and the 'material' work that she selects and weaves then changes the atmosphere of the ‘non-material’ space in a circulation. Such circulating structure is similar to the common process of intuitive thinking in a space. When you feel certain things in a space, most of them are evoked by its material properties, but the change in the atmosphere after the interaction of feelings eventually relates to the non-material properties. The material can be objective, but the non-material is subjective. Through her work, you comprehend that space exists in the circulation of perception between material and non-material.
The language of paradox and circulation in Anna Han's work is eventually concluded in the issue of subject that perceives the entire space. The space is not separated from the subject, but it is the 'expanded ego' that reflects the experience, thoughts, and images of the subject. This is why Anna Han's work appears loose yet establishes a clear realm of original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