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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이 부여하는 가치들의 안식처
- 애나 한의 생물학적 공간과 관계미학
김종길 | 미술평론가
애나 한의 <agent Orange>(Cheongju Art Studio, 2012.2.1.~2.12)는 작품해석의 좋은 단서를 제공한다. 가령 그는 이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오렌지색은 치유와 힘, 창의성, 격려, 참을성 등 색이 가지고 있는 뜻이 많다. 우리가 어떤 것에 더욱 몰두하고 싶을 때나, 어떤 심각함을 덜고 싶을 때 오렌지색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번 추운 겨울에 갖는 청주창작스튜디오에서의 릴레이 개인전은 2012년 새해의 시작을 호기심과 새로운 것에 대한 표현으로 사용되는 따뜻한 오렌지색을 주(main)로 설정하였다. 오렌지색이 우리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주는 영향은 활동성, 입맛, 사회성 등의 증가, 뇌의 산소 운반 증가, 격려의 효과 등이 있다고 한다. 사회적, 계절적 한파 속에서 관객에게도 치유와 격려, 따스함을 공유 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갤러리 바닥의 부드러운 펠트, 조형적 요소를 부각 시키는 끈과 구성요소들과 함께, 공간 속에 오렌지색이 점유함으로서 느껴지는 인식적 느낌을 기대한다.”
그의 증언은 우리가 그의 작품 앞에/안에/밖에 섰을 때 느낄 수밖에 없는 선험적 체험으로서의 ‘공간디자인 연출’이 해석결정론에 이르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를 하고 있다. 시각현상으로서의 그의 작품은 공간 디자인적이거나 무대 디자인적이어서 공간/무대연출 작업이라는 선입견을 떨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의 홈페이지를 클릭했을 때 전면적으로 부각되는 현상 또한 수많은 색과 빛과 공간/장소들에서 펼쳐진 ‘연출론’의 증좌들이 아닌가! 그러나 우리는 그의 작품들이 내포하는 공간/장소들에서의 첫 인식, 그러니까 공간/장소와 만났던 애나 한의 첫 사유를 밝히지 않고서는 해석의 깊은 우물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 ‘첫 사유’에 이르는 단서를 세 개의 알고리즘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공간/장소라는 말의 개념이 함의하고 있는 매우 본질적인 입장이다. 두 번째는 그 공간/장소의 개념이 다른 알고리즘의 개념과 만나기 위해 뻗어가는 라인(線)과, 결국 그 라인의 끝에서 만나는 두 번째 개념으로서의 색과 빛이다. 세 번째는 무엇일까? 자칫 이 알고리즘의 평면성은 단순한 다이어그램에 따라 피라미드처럼 삼각형 구조로 보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선 나는 입체 피라미드의 그림을 떠올린 뒤 그 내부에 두근거리며 빛을 발하는 붉은 심장을 넣어두라고 말한다.
사람/사물이 점하고 있는 장소 또는 인간 활동이 행해지는 장이나 물체운동이 전개되는 넓이
애나 한이 작업하는/연출하는 공간들의 개념을 정의할 수 있다면, 먼저 그 공간들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위의 밑줄 친 공간 개념과 어떻게 만나는 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람이 점하고 있는가? 사물이 점하고 있는가? 인간 활동이 행해지는 장인가? 아닌가? 인간 활동과 물체운동의 넓이가 확보되어 있는가? 아니, 실제로 그곳은 공간인가 장소인가. 공간이라면 왜 그곳은 낯설고 추상적인가? 장소라면 어떻게 낯설고 추상적이었던 것이 구체적인 곳으로 바뀌게 되었는가?
중국계 미국 지리학자 이-푸 투안(Yi-Fu Tuan)은 공간은 움직임이고 개인들이 부여하는 가치들의 안식처이며 안전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고요한 중심이라고 했으나, ‘토포필리아(Topophilia:장소애)’ 개념에서는 우리 경험이 쌓아져 만들어진 장소, 그래서 기억으로 애잔하게 떠올라 사랑이 깃든 곳에 대해서 말한 바 있다. 공간과 장소는 다르지 않은 하나이지만 체험하는 주체에 따라 의미상징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애나 한의 공간들은 무엇인가? 과연 그곳은 공간인가? 토포필리아인가?
애나 한은 나와의 만남에서 그가 작업했던 공간들에 대해 설명한 바 있는데, 내가 주의를 기울였던 것은 그가 새로운 공간들과 만나면서 서로, 그러니까 그와 공간이 만남의 구체성을 어떻게 획득하게 되었는가에 대해 섬세하게 말하는 부분이었다. 그에게 공간은 추상이 아니라 늘 구체적 현실이었으며 경험의 장소들이었다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질문들이 그 자체로 애나 한의 작품을 해석하는 미학적 개념일 수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는 그에게 주어졌던 공간들과 그가 만날 수밖에 없었던 공간들, 그리고 그가 스스로 선택해서 만났던 공간들에서 작업을 전개했는데, 대체로 그 공간들의 속성은 완전히 점유된 적이 없었던 공간이기도 했고(Skowhegan Simon Studio), 또는 누군가에 의해서 늘 점유 당했던 공간들이었으며(그가 작업했던 많은 전시공간들이 그렇다), 인간의 활동과는 다소 무관하거나 아주 친밀하거나(고양창작스튜디오에서 선보인 공공적 성격의 인터렉티브 설치공간을 떠올려 보자), 심지어는 기억할 수조차 없는 무명의 공간들도 존재했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애나 한의 공간 작업들이 단순히 개념적 공간이라는 물적 토대가 아니라 이-푸 투안이 주시했던 세 개의 주제 첫째, 경험의 생물학적 토대, 둘째, 공간과 장소의 관계, 셋째, 인간 경험의 범위와 매우 유사한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예컨대 투안은 미술관(또는 갤러리)이 자연발생적인 마을들과 달리 인위적 문화공간이라는 점에서 삶의 실존적 토대가 없다고 했었다. 애나 한은 역설적으로 그런 공간들을 경험의 생물학적 공간들로 바꾸어 냄으로써 그가 사유하는 공간개념을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그의 작업들은 공간디자인이나 무대연출로서의 시각적 객관현실과 무관하게 ‘감응의 판타지’이라는 주관체험의 장으로 나아가게 된다.
바깥 사물과 나, 객관과 주관 또는 물질계와 정신계가 어울려 한 몸으로 이루어진 그것
작품으로 완성된 공간이 ‘장소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자동적으로 생성된 두 번째 알고리즘이 색과 빛이다. 색/빛은 공간/장소의 대칭점에 고정적으로 배치된 개념이 아니다. 그의 작품은 회화적 평면작업에서 출발했고 바로 그 평면작업의 확장선이 공간과 만난 것이며, 지금 그는 회화니 장소니 공간이니 하는 생각보다는 공간 그 자체에 대한 ‘인간 경험의 범위’에 대해 사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그가 매우 중요한 공간설치의 테제로 개입시키는 것이 색/빛인 것이다. 앞서 인용했듯이 오렌지색이 치유, 힘, 창의성, 격려, 참을성의 뜻이 있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활동성, 입맛, 사회성 증가, 뇌의 산소 운반 증가, 격려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매우 중요한 색 선택의 이유였듯이.
그가 선택한 색과 빛 그리고 그 색의 공간배치와 빛의 조화, 그뿐만 아니라 장소체험을 유도하도록 구성하는 공간디자인의 핵심은 결과적으로 시각적 관상이나 관람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 그의 작품을 조형적 추상설치로 읽는 것이 작품해석의 본질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가 목적하는 바는 여타의 예술작품들이 상징하는 바와 같이 그의 작품들 또한 관객들과 어떻게 영적 감흥이 일어나는가에 있다. 그것은 정신의 동요일수 있고 영혼의 치유일 수 있으며, 주체와 공간이 합일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감응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 작업한 많은 작품들은 입체적인 공간설치로서 관객의 자율적 체험을 강조하는 인터렉티브 개념이 보다 더 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그 지점이 알고리즘의 중심에 위치한 두근거리는 심장(영혼)이다.
애나 한은 이러한 작업의 출발이 그가 어려서부터 고민했던 삶의 방향성, 불확정적 위치, 우울증, 유학의 여정들과 귀국 후 지금 여기의 한국적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작품의 생태론적 원형이 작가의 사유에서 비롯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그의 작품들이 그 스스로 우리에게 던지는 미학적 은유는 명상적이며 관계적이다.
그는 이번 OCI미술관에서 ‘다카포 Da Capo(처음부터)’를 주제로 공간설치를 보여준다. 삶과 예술의 알고리즘이 형성했던 최초의 순간으로 돌아가 다시 그 알고리즘의 수레바퀴를 사유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그에겐 다시 처음이겠으나 우리에게는 이런 그의 작업들이 늘 새롭다.
The Haven of Values Invested by Individuals
– Han, Anna So Young’s Biological Space and Relational Aesthetics
By Gim Jong-gil (Art Critic)
Han, Anna So Young’s agent Orange (Cheongju Art Studio, February 1-12, 2012) provides a vital clue to the interpretation of her work. She accounts for this work saying, “The color orange extensively means healing, power, creativity, encouragement, and patience. It is said orange is conducive to occupying ourselves with something or relieving seriousness. I have adopted a warm orange color used to express our curiosity for the new as the thematic color for the relay solo exhibition at the Cheongju Art Studio. It is known that orange has a mental and physical effect; provoking activity, appetite, and sociability, increasing the amount of oxygen supplied to the brain, and triggering encouragement. I hope the exhibition will be a venue for viewers to share healing, encouragement, and warmth in the seasonal cold. I expect some cognitive feeling arising from the orange’s occupation of space alongside the felt on the floor, strings that create a formal quality, and other elements.”
Han’s statement discourages any “space design” as a presupposed experience we cannot help but feel before/inside/outside her work to reach any determined interpretation. It is hard for us to shed our prejudice regarding the visual perception of Han’s work as being space/stage design-like. The phenomena deriving from numerous colors and lights in space/place we meet when visiting her homepage is perhaps evidence of her concept of display and direction. However, we cannot reach an in-depth interpretation of her work without first perceiving the space/place her work connotes and considering Han’s approach we meet in the space/place. I think we can find a clue to the “first thought” by employing three principles: the first is the very elemental stance space/place connotes. The second is an extension of the concept of space/place through which it meets the concept of color and light. What is the third? The flatness of this principle may look like a triangular structure. First of all, I suggest we recollect a pyramid structure and put a beating red heart radiating light within it.
Place occupied by man/thing, or a venue where human activities are conducted, or an area where physical movement occurs
If the concept of space Han works or displays is to be defined, we above all need to think about how the space meets the notion of space as contained in the above title. Is the space occupied by man or by a thing? Are human activities conducted or not? Is the area for human activity and physical movement secured? Or is it a space or a place? If it is a space, why is it unfamiliar and abstract? If it is a place, how does the unfamiliar, abstract place change into a concrete one?
Yi-Fu Tuan, a Chinese-American geographer states space is movement, a haven of individual values, and a serene hub where safety and affection is sensed. Denoting the notion of “topophilia,” (love of place) he has mentioned place being formed through an accumulation of our experiences in places we have loved and been loved in. He means space and place are not different but the same, and their symbolic import differs in accordance with the subjects who experience them. What is Han’s space? Is the place really space or topophilia?
When I met her, Han explained the ideas of space she has worked with. What arrested my attention was how subtly she made her encounter with a new space concrete. The artist underscored that space is not abstract but concrete as a place of experience. Thus, we can see that our questions can be concepts with which we can interpret her work.
Han has practiced her work in spaces given to her, spaces she was destined to meet, and spaces she adopted and met. The spaces were ones not completely occupied (Skowhegan Simon Studio), ones always occupied by someone in the past, (lots of exhibition spaces where she installed her works), ones that have nothing to do with human activities or are very familiar (we can refer to one of her interactive installation pieces in a public area at The National Art Studio, Goyang), and unknown spaces we cannot even remember.
We come to realize that Han’s space works are not merely the material basis of conceptual spaces but are closely bound up with the three themes Yi-Fu Tuan noted; the biological basis of experience, the relation between space and place, the scope of human experience. Tuan asserted that a museum (or a gallery) has no existential foundation in our lives, in that it is an artificial cultural space unlike a spontaneous village. Han unfolded her notion of space, paradoxically transfiguring such space into a biological space of experience. Irrespective of space design or visually objective reality, her work proceeds to a venue for subjective experience referred to as “a responsive fantasy”.
External things and I, subject and object, or, the material world and the spiritual world coalescing in a single body
The second algorithm automatically created in the process of the space, where a work of art becomes a place, is color and light. Color/light is not a concept fixed in a symmetrical point of space/place. Han initially pursued two-dimensional pictorial work, and this two-dimensional work meets space. Han seems to contemplate the “scope of human experience” of space itself rather than any idea on painting, place, or space. Color/light is an element she involves as a crucial theme of space installation in this process. As mentioned above, the very important reason of her choice of color is that the color orange extensively means healing, power, creativity, encouragement, and patience. In addition it has the effect of provoking activity, appetite, and sociability, increasing the amount of oxygen supplied to the brain, and triggering encouragement.
The color and light she has chosen, a spatial arrangement of the color and harmony of light, and space design induces viewers to experience the space, and not only to view it. As such we presuppose that we cannot reach the true nature of her work by reading it as formative abstract installation. She seeks to raise spiritual inspiration in viewers as her works denote. It may be a representation of her inner spiritual agitation, healing of the soul and of the self. The subject and space become one. Her latest works are three-dimensional installation pieces in which the conception of interaction underlining a viewer’s autonomous experience is further expanded. This is the point where the beating heart (spirit) is located in the center of the pyramid principle detailed previously
Han has confessed that her works derive from the orientation of her life as a child, her unstable position, depression, studying abroad, and the reality she has faced in Korea after her return. It is quite natural the original form of her work stems from her contemplation, but aesthetic metaphors in her work are meditative and relational.
In the exhibition held at the OCI Museum of Art, Han showcases an installation under the theme Da Capo (meaning to start from the beginning), revealing her intention to return to the first moment when the principles of her life and art were formed. It might be going back to the beginning again for her, however her work is always fresh to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