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Unfolding

작품명: Unfolding

연  도: 2015

공간명:  AROUTE Art Platform, 서울      

 

우리는 큐비클 공간 속에서 살아간다. 학교, 도시 속 빌딩 안의 사무실, 높은 아파트 건물 안의 각각의 집—이러한 구조물 안에서 우리는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다. 대도시의 밤, 늦게까지 켜진 창들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은 이 큐비클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존재를 드러낸다. 우리는 이곳에서 삶을 소비하고, 때로는 보호받으며 살아간다.


큐브는 X, Y, Z 축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측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다. 현실에서는 6개의 평면 요소로 벽과 함께 구성되어 우리가 인식하는 삼차원적 공간을 형성한다. 본래 이차원적인 개념이었던 면(面)이 삼차원으로 확장되었듯,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삼차원의 큐브를 다시 이차원화한 전개도를 통해 조형 요소를 활용한 추상화를 선보인다.


큐브의 전개도는 형태적으로 무한한 변주를 가능하게 한다. 기본적으로 여섯 개의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진 이 구조를 작가는 동일한 크기의 정사각형 캔버스로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여 전개도를 만들며 이를 하나의 시리즈로 구축했다. 각 전개도는 큐브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캔버스라는 매체를 통해 평면성과 입체성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는 실험적인 작품이 된다.


작가는 큐브라는 형상을 단순한 기하학적 구조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진 공간적 의미를 탐색하는 데 집중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구조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삶과 감정을 담는 그릇이 된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러한 공간의 본질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도와 접근을 모색해 온 작가는 서울이라는 도시 속, 작은 원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작업하면서 그 제한성이 오히려 창작의 영감이 되었다. 현실의 물리적 환경이 작업의 모티브로 작용하며, 이러한 모듈화된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그는 큐브의 구조를 변형하고 해체하며, 공간이 단순한 구조를 넘어 새로운 해석과 경험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간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재정의되며, 때로는 퇴화하고 다시 태어난다. 이러한 변화무쌍한 공간의 개념을 탐구하는 작가의 작업은 단순한 조형적 실험이 아니라, 공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태도를 담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결코 정적인 것이 아니며,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우리의 경험과 기억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자리 잡는다.


이전 전시가 '공간 속에' 설치를 펼쳐 보이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공간 자체를' 펼쳐 보이는 새로운 시도라 볼 수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익숙한 구조 속에서도 무한한 가능성과 해석이 존재함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