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Emotionscape

작품명: I ∩ U

연  도: 2018

공간명: 블루메미술관, 파주

파주의 헤이리는 지리적으로 북한과 매우 인접해 있는 지역이다. 처음 전시를 의뢰 받았을 시점에는 북한과 한국 간의 민감한 사안이 오가던 시기여서 파주라는 지역이 나에게는 약간 불안하고 두려운 곳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한국과 북한이 평화 협정을 약속하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그 짧지만 영향력 있는 사건은 이 전시를 접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파주에는 흥미로운 지역인 '자유의 마을'이 있다. 파주시에 속한 이곳은 유엔이 관할하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마을이다. '평화의 마을'이라는 곳도 있는데, 이곳은 북측의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마을이다. 이 두 지역은 누구에게도 속해 있지 않으면서도 모두에게 속해 있는 지리적인 교집합인 셈이다.


뉴스에서는 각국의 정상이 연일 웃으며 악수를 하고, 도보다리에서 둘만의 사적인 만남을 가진다. 도보다리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판문점 안에서도 유엔이 관리하는 시설은 모두 같은 하늘색인데, 작고 아담한 하늘색의 다리가 두 정상의 만남을 빛나게 했다.


한국의 상황과 파주의 지리적 특징에 초점을 맞추었더니 '교집합'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것을 이번 전시에서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한국과 북한, 서로 극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 두 정상이 만나서 결국 서로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를 나눈다. 파주의 판문점은 그러한 대화를 나누기에 더없이 적합한 곳이었다.


교집합이라는 주제로 느껴지는 감성을 공간에 다양한 매체로 풀어내고자 했다. 이번 리서치 중 미디어에서 자주 보여준 회담에서 중립과 평화를 상징하는 유엔의 하늘색에 영감을 받아 긍정의 교집합을 나타낼 노란색과 함께 주제 색을 결정하였다.


일반적으로 느낀 인상과 다르게 처음 방문한 파주는 평화롭고 따뜻하며 아름다웠다. 이러한 인상과 일련의 남북한의 평화적 움직임을 전시장의 첫 번째 공간에 긍정의 색인 노란색을 활용해 표현하고자 하였다. 두 번째 방은 파란색의 방이다. 다소 어두운 공간으로, 차가웠던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며 동시에 'UN Blue'라 불리는 평화를 상징하는 색을 사용한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두 공간을 잇는 아주 작은 통로 역할의 공간은 녹색의 방이다. 이는 파란색과 노란색의 교집합인 색이다.


전시의 시작 지점부터 공간을 따라 사인 역할을 하는 패턴이 설치되어 관람객을 안내한다. 관람객은 교집합이라는 주제가 공간 속에서 텍스트, 천, 색, 시트지, 조명, 아크릴 등을 사용하여 어떻게 조형적인 설치로 구현되는지를 경험할 것이다.